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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얼음은 왜 물에 뜰까?— 얼음이 물 위에 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

1. 물의 밀도와 부력 — 얼음이 물 위에 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

얼음이 물에 뜨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얼음의 밀도(density)​가 액체 상태의 물보다 작기 때문이다. 같은 부피를 비교했을 때 질량이 작은 물질은 밀도가 낮으며, 물보다 밀도가 낮은 물체는 물속에 넣었을 때 일정 부분이 물 밖으로 드러난 채 떠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물질은 고체가 되면서 분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밀도가 증가한다. 그러나 물은 매우 특이한 예외에 해당한다. 순수한 물의 밀도는 약 4℃에서 가장 높으며, 0℃ 부근에서 얼음으로 변하면 오히려 밀도가 크게 감소한다. 물의 밀도가 4℃에서 약 1.00g/cm³인 데 비해 얼음의 밀도는 약 0.92g/cm³ 정도이므로 얼음은 물보다 약 8% 정도 가볍다. 따라서 얼음이 물속에 완전히 잠기지 않고 약 90% 정도가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나머지 부분이 물 위로 드러난다. 이 현상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물체가 물에 잠기면 물체가 밀어낸 물의 무게만큼 위쪽 방향의 부력을 받는데, 얼음은 자신의 무게와 같은 부력이 생기는 위치까지 물속으로 잠긴다. 실제로 컵에 얼음을 넣으면 얼음의 대부분은 물속에 있지만 일부는 항상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더라도 수면이 갑자기 크게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는 것도 같은 원리와 관련이 있다. 떠 있는 얼음은 이미 자신의 무게와 동일한 양의 물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에 녹아서 그만큼의 물로 변하면 기존에 밀어내던 물의 부피와 거의 일치하게 된다.

얼음은 왜 물에 뜰까?— 얼음이 물 위에 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

2. 수소결합과 육각형 구조 — 물 분자는 얼면서 왜 더 넓게 배열될까?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낮은 근본적인 원인은 물 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소결합(hydrogen bond)​과 얼음의 결정 구조에 있다. 물 분자 하나는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로 구성되며, 산소는 수소보다 전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물 분자 내부에서는 산소 쪽이 상대적으로 음전하를 띠고 수소 쪽이 상대적으로 양전하를 띠는 극성이 형성된다. 서로 다른 물 분자 사이에서는 산소와 수소 사이에 약한 인력이 작용하는데, 이것이 수소결합이다. 액체 상태에서는 물 분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수소결합이 만들어졌다가 끊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온도가 내려가 물이 얼기 시작하면 분자의 움직임이 감소하면서 수소결합에 의해 비교적 규칙적인 결정 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일반적인 얼음인 얼음 Ih에서는 물 분자들이 육각형에 가까운 열린 결정 구조를 만든다. 중요한 점은 이 구조가 물 분자들을 가장 촘촘하게 배열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분자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같은 양의 물 분자가 차지하는 부피가 액체 상태보다 커진다. 결과적으로 물이 얼면서 부피가 약 9% 증가하고 밀도는 감소한다. 이것이 바로 얼음이 물에 뜨는 결정적인 분자 수준의 이유다. 실제 사례로 겨울철 호수나 연못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표면의 물이 먼저 냉각되고 얼음이 형성된다. 만약 얼음이 물보다 밀도가 높았다면 얼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을 것이고 새로운 얼음이 계속 표면에 형성되면서 호수 전체가 훨씬 쉽게 얼어붙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얼음이 물 위에 떠서 단열층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래쪽 물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3. 4℃에서 최대 밀도 — 물속 생태계를 보호하는 독특한 물리적 성질

물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약 4℃에서 밀도가 가장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물질에서는 온도가 낮아지면 분자 운동이 감소하고 부피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물은 약 4℃ 이하에서부터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과 반대되는 특성을 나타낸다. 4℃의 물은 같은 질량에 비해 가장 작은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에 밀도가 가장 높다. 호수의 표면 온도가 낮아지면 차가워진 물은 밀도가 증가하면서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호수 전체의 물이 약 4℃에 가까워질 때까지 대류가 발생한다. 그런데 표면의 물이 4℃보다 더 차가워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0℃에 가까워질수록 물의 밀도가 다시 감소하기 때문에 차가운 물이 더 이상 깊은 곳으로 내려가지 않고 표면에 머물게 된다. 결국 표면의 물이 얼어 얼음층을 형성한다. 이 얼음층은 외부의 차가운 공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 사이에서 단열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 결과 한겨울에도 호수 전체가 밑바닥까지 완전히 얼어붙는 것을 막아준다. 실제 사례로 추운 지역의 호수에서 겨울철에도 물고기와 수생 생물이 살아가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얼음으로 덮인 호수의 표면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으며, 특히 깊은 곳에서는 약 4℃에 가까운 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특성이 없었다면 겨울마다 호수의 물이 아래쪽까지 얼어붙어 수중 생태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즉, 얼음이 물에 뜨는 현상은 단순히 컵 속에서 얼음이 떠 있는 재미있는 물리 현상이 아니라 지구의 담수 생태계가 유지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얼음의 팽창과 생활 속 현상 — 수도관과 호수가 얼 때 생기는 변화

얼음의 독특한 결정 구조는 물의 팽창과 생활 속 다양한 현상으로도 이어진다.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 분자 배열이 더욱 규칙적인 구조로 바뀌면서 부피가 증가한다. 바로 이 때문에 겨울철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물이 들어 있는 용기나 수도관이 파손될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면서 내부 압력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겨울에 외부에 노출된 수도관 내부의 물이 얼어 수도관이 갈라지거나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이 얼면서 발생하는 팽창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자연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바위 틈에 스며든 물이 겨울철에 얼면 부피가 증가하면서 암석에 압력을 가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바위가 조금씩 갈라질 수 있다. 이를 동결융해 작용이라고 하며 산악지대의 암석 풍화와 도로의 균열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 물의 이러한 특성은 인간에게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한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만들면 물이 팽창하기 때문에 얼음틀에 물을 가득 채우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페트병에 물을 가득 채운 상태로 냉동하면 용기가 부풀거나 변형될 수 있다. 결국 얼음이 물에 뜨는 현상은 단순히 얼음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이 아니라, 물 분자의 극성, 수소결합, 결정 구조, 밀도 변화, 부력​이 서로 연결되어 나타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물이 얼면서 밀도가 감소하고 부피가 증가하는 성질은 지구의 호수와 강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동시에 겨울철 수도관 파손이나 암석 풍화와 같은 자연·생활 현상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가 음료수에 넣은 작은 얼음 한 조각은 사실 물이라는 물질이 가진 매우 특별한 분자 구조를 눈앞에서 보여주는 작은 과학 실험인 셈이다.